교환학생을 하면서 내가 가장 잘한 것을 한 가지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여행'을 꼽을 것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자주 여행표를 끊고 떠났다. 돌이켜보면 여행만큼 직접 중국인들과 부딪혀가며 현지 중국인들의 실제 삶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직접 두발로 걸으며 경험하게 해준 여행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실제로 얼마나 큰지, 또 다양한지에 대한 ‘현실감각’을 만들어줬다. 예전에는 막연히 중국이라는 나라를 거대한 하나의 대륙으로 뭉뚱그려 보았다면,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비로소 중국을 살아숨쉬는 여러 도시들의 집합체로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4개월 남짓의 기간동안 베이징 제외 총 열 두 도시를 여행했다. 평균 시속 300km의 고속철(高铁)을 타고..
나는 누군가를 '취향'이라는 단위로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무슨 음악을 듣는지,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작가의 소설을 즐겨 읽는지.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한다면 단편을 더 좋아하는지, 아니면 장편을 좋아하는지. 가장 좋았던 하루키의 소설 제목은 무엇인지. 이렇게 작은 요소들이 하나둘 모여 그 사람의 취향이란 게 드러난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가운데 '인간'은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취향이 묻어나는 글을 읽고,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늘 즐겁다.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해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저렇게도 살아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 그들이 나와 매우 비슷하게, 혹은 정반대로 생각하는 부분들을 발견하는 재미. 나..
비트겐슈타인은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의 한계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내 언어의 한계가 확장되면 내 세계도 확장된다'는 결론이 된다. 그런 점에 있어 중국어는 영어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언어다. 한국어만 할 경우 나의 세계는 5,000만 명으로 제한되지만, 영어와 중국어를 할 줄 안다면 24억(10억 + 14억) 명 이상으로 확장되게 된다. 거의 전세계로 확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어 공부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중국어는 내게 있어 더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중국어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얼마 못가 지쳤을 것이다. 모든 언어공부가 그렇지만, 특히 한자와 병음, 성조 등을 모두 암기해야 하는 중국어의 특성상 공부하는 데에 절대적으로 많은..
베이징은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를 보이는 도시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을 갖고 있지만, 여름엔 더 덥고 건조하며 겨울엔 더 춥고 건조하다. 위도 상으로 신의주와 비슷하다고 하니 대략적인 느낌이 그려질 것이다. 또한 산과 강이 거의 없는 분지(盆地) 형태의 지형인 탓에 황사나 스모그가 발생하면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라앉아 버린다. 중국어로 초미세먼지는 '우마이(雾霾)'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초미세먼지가 일찍이 국가적 문제로 부각되었다. 2013년은 '우마이'가 올해의 관심 단어로 선정될 정도였다. 2013년 당시 베이징은 일년 가운데 닷새를 제외하곤 모두 우마이에 휩싸였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고 한다. 베이징 북부의 허베이성은 중국 내 최악의 오염지대로 손꼽히는 등 베이징의 서쪽과 남쪽은 석탄단지이자 중화..
베이징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명문 대학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인민대학교(人民大学)는 북경대, 칭화대에 이어 손꼽히는 명문 대학교다. 실사구시를 모토로 하는 인민대학교는 특히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특히 상학원(경영학과, 인적관리, 재무학과 등)은 중국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2015년 중국 국제 뉴스 매체 환추시보에 따르면 중국 고등학생들의 인기도에 따라 선정된 10대 명문대학에서 인민대학교는 북경대, 칭화대에 이어 3위로 꼽히기도 했다. 징동(Jd.com, 京东)의 창업자 류창동(刘强东) 등 많은 유명인사 및 정부 관료들이 인민대 출신이다. 실제로 학교 캠퍼스를 누비는 징동 무인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민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商学院 工商管理) 또한 항상 경영학과 랭킹에..
넓은 중국 대륙 중에서 내가 꼭 살아보고 싶었던 도시는 베이징이었다. 진짜 중국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수도인 베이징이 가장 적합해보였다. 돌이켜보면 베이징에서 교환학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모로 행운이었다.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축소판과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이화원, 만리장성 등 중국의 '과거'를 대표하는 여행지들이 많을뿐 아니라 중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신흥부촌들과 최신 IT 인프라를 체험하고,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명문대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베이징에서 살면서 가장 놀랐던 건 그 엄청난 규모다. 막연하게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 여길 수도 있으니 그 실제 면적을 살펴보자면, 베이징(16,808km²)은 무려 서울(605.2km..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서 '중국'을 주제로 다룬 책들을 여러 권 읽었다. 그 중에서도 내용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 중 하나는 김도인 저자의 였다. 다양한 사례들을 토대로 중국 현지 기업들이 왜 점점 더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준 고마운 책이었다. 이제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기업인 샤오미부터 감기약 브랜드인 바이지아헤이까지 중국 현지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해줌으로써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책의 도입 부분이 감탄스러웠다. 저자는 객관적인 통계 수치들을 토대로 매우 설득력 있게 왜 우리가 중국을 배워야 하는지 서술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국. 그..
중국.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며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직접 중국을 경험하고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말이 그렇게 현실적으로 와닿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일상에서 느껴본 중국은 사실 그 이상이었다. 그 규모가 이렇게 크고, 속도가 이렇게 빠르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 당장 중국을 배워야 하는가. 그 이유를 5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한국 시장은 작다.결국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비자, 거리 등 문제가 많다. 게다가 성숙한 시장이어서 신규 브랜드나 서비스가 들어가기 쉽지 않다. 동남아의 경우엔 아직 생태계와 인프라가 성숙하게 자리잡히지 않았다. 그에 비해 중국은 거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인프라와 창업 생태계가 비교적으로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