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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서 '중국'을 주제로 다룬 책들을 여러 권 읽었다. 그 중에서도 내용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 중 하나는 김도인 저자의 <로컬 차이나>였다. 다양한 사례들을 토대로 중국 현지 기업들이 왜 점점 더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준 고마운 책이었다. 이제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기업인 샤오미부터 감기약 브랜드인 바이지아헤이까지 중국 현지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해줌으로써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책의 도입 부분이 감탄스러웠다. 저자는 객관적인 통계 수치들을 토대로 매우 설득력 있게 왜 우리가 중국을 배워야 하는지 서술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국. 그 중에서도 왜 중국을 단순히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바라봐선 안 되는지, 그리고 그 잠재력은 얼마나 큰지 살펴보자.


중국은 13억 단일 시장이 아니다


흔히들 중국 소비시장을 묘사할 때 그 규모를 강조하고자 '13억 시장'이라고 표현하곤 한다(보다 정확한 중국의 인구수는 13억 7,534만 명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13억 7,000만 명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 요인은 단지 국적이나 문자 등 손에 꼽히는 지극히 소수의 조건들 뿐이다. 

러시아, 캐나다, 미국에 이어 4번째로 국토가 넓은 중국은 지형, 지질, 기후의 다채로움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오색토'다. 독특한 기후와 지질, 지형으로 인해 각각 황색, 청색, 백색, 적색, 흑색을 띠는 다섯 종류의 이질적인 토양이 한 나라 안에 모두 존재한다. 이렇듯 다양한 지구과학적 특징은 당연히 지역마다 서로의 색이 뚜렷하게 다른 문화의 토대로 작용했고, 지역별로 구분되는 소비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나아가 연해 지역에 집중되었던 불균형 성장전략 등의 경제적 요인은 지역별 소득 수준의 격차를 크게 벌려, 안 그래도 지역마다 서로 다른 소비시장의 성격 차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러한 지구과학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지역 간 소비시장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여기에 더해 성별이나 연령, 직업, 소득수준, 교육수준, 라이프스타일 등 소비 주체들이 가진 다양한 변수들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게다가 모바일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IT 기술의 본격적인 확산은 소비문화의 다양성에 역동성마저 부각시키며 중국 소비시장의 극단적인 세분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행정적 요인을 살펴봐도 중국의 규모와 다양성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광대한 국토를 23개의 성, 5개의 자치구, 4개의 직할시(베이징, 충칭, 상하이, 텐진)로 분류하고 있다. 도시의 발전수준, 종합경제실력, 인재유치, 글로벌 영향력, 과학기술 혁신능력, 교통발달 수준 등의 여러가지 지표로 종합적인 중국도시의 경쟁력을 평가하기도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가장 발달된 도시를 1선 도시, 가장 낙후된 도시를 3선 도시로 명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행정구역처럼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정도를 1선 도시로,  2014년 이후 경제적으로 중요한 항구를 끼고 있는 ‘텐진(天津)’도 1선 도시 대열에 합류했다. 2선 도시는 인구 500만~1000만 명, 면적 100㎢, GDP 1000억위안 이상 등의 조건을 만족하는 중간급 성이나 도시다. 항저우(杭州), 난징(南京), 지난(济南), 충칭(重庆), 칭다오(青岛), 다롄(大连), 닝보(宁波), 샤먼(厦门) 등이 대표적인 2선 도시에 속한다.

따라서 ‘지우우호우(九五后, 95년 이후 태어난 사람: 모바일 사용자가 보통 95년생 이후 출생자들이어서 이들에 대한 분석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 만 봐도 그냥 단순하게 ‘지우우호우’라고 할 수 없다. 이들 중에도 1선 도시, 2~3선 도시, 시골에 사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앞선 분류기준이 같더라도 북방인지 남방인지, 학력은 어느 정도인지, 가정환경이나 생활패턴은 어떠한지 등등에 따라 다른 분류로 봐야 한다.

편협한 단면만 가지고 그것이 마치 전체이고 변하지 않는 특징인 양 중국을 단정 지어선 안 된다.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이해하는 세가지 키워드



과거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커다란 축은 노동과 자본 등으로 대표되는 생산요소의 투입량이었다. 이러한 생산요소 투입의 약화로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된 현재, 중국 경제에 있어 소비시장의 성장은 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그 성장 속도의 후퇴를 방어하기 위한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지금 중국의 경제 구조에 있어 소비라는 새로운 성장 축으로의 전환은 현재 진행 중이며, 그 전망 역시 밝은 편이다. 중국 GDP 기여도에 있어 2012년 투자를 넘어서기 시작한 소비는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2015년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소비의 기여도는 66.4%를 기록했으며, 2016년 상반기에는 그 수치가 73.4%까지 올라가게 된다. 

타오바오는 2017년 11월 11일 하루만에 28조 3천억 원을 벌어들였다.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솔로데이)를 예로 들어보자. 알리바바의 타오바오가 올해 광군제 하루동안 벌어들인 매출이 1682억 위안(약 28조 3000억원)으로, 이는 2016년 기준 한국 전자상거래 매출 규모(64조 9134억원)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를 중국에선 하루 만에 달성한 수준이다. 2017년 서울시 예산이 총계 29조 8,011억원인 점과 비교해볼 때 기업 하나가 하루만에 서울시 1년 예산을 벌어들인 것이다. 


중국 최대 연휴기간인 올해 국경절 기간(10월 1~8일) 동안 중국 국내 여행객 7억 500만명이 소비한 금액은 5,836억 위안(약 101조원)에 달했다. 소매업과 요식업의 연휴기간 1일 평균 소비액은 1조 5000억 위안이었다. 이 수치들만 봐도 중국의 소비시장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해볼 수 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잠재성을 가진 중국의 소비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세 가지를 꼽아봤다. 


1. 도시화
중국 정부는 지속가능한 도시화가 이른바 '중진국 함정'을 피하는 핵심이며, 생산 공급의 효율 뿐 아니라 소비 모델 고도화의 열쇠임을 강조해왔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내수시장 확대의 최대 잠재적 원천이라고 규정한 도시화율 역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도시화율이 1% 커질 때 경제 규모도 1조 위안 커진다는 전제 하에, 2013년 기준으로 53%를 기록한 도시화율을 2020년까지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선진국의 도시화율이 보편적으로 70% 이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화를 통한 중국의 성장 잠재력은 거대하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국의 도시화율은 55.6%를 기록하는데, 이는 1979년~1980년 55.0~56.7% 정도였던 한국의 도시화율 수준이다. 2015년 기준 미국의 도시화율은 81.62%, 한국은 82.47%, 일본은 93.50%에 달한다.)


2. 중산층
글로벌 금융기관인 크레딧스위스는 2015년 기준 5만~50만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중산층 인구에 있어 중국이 1억 900만 명을 기록하며 미국(9,200만 명)을 제치고 이 부문 세계 최대 국가로 올라섰다고 발표한다. 그 내용에 따르면 중국 중산층의 전체 자산 규모는 7조 3,400억 달러로 미국과 일본의 뒤를 잇는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미국의 중산층이 전체 성인 인구의 50%를 차지하고, 일본의 경우 이 비중이 68.6%를 차지한데 비해 중국의 중산층은 그 규모가 전체 성인 인구수의 11%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중산층이 이끌어가게 될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 공간이 여전히 큼직하다는 이야기다.


3. 1인당 GDP
2015년 7월, 중국 재정부는 2020년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와 관련 세계 3대 신용 평가기관 중 하나인 미국의 스탠더드앤푸어스 역시 2017년 중국의 1인당 GDP가 9,000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보자. 중국의 인구는 미국보다 4배 넘게 많다. 이는 중국의 1인당 GDP가 미국의 4분의 1만 되더라도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넘어선다는 이야기다. 2016년 기준 미국의 1인당 GDP는 5만7,466달러, 일본은 3만 8,894달러, 한국은 2만 7,538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