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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을 하면서 내가 가장 잘한 것을 한 가지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여행'을 꼽을 것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자주 여행표를 끊고 떠났다. 돌이켜보면 여행만큼 직접 중국인들과 부딪혀가며 현지 중국인들의 실제 삶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직접 두발로 걸으며 경험하게 해준 여행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실제로 얼마나 큰지, 또 다양한지에 대한 ‘현실감각’을 만들어줬다. 예전에는 막연히 중국이라는 나라를 거대한 하나의 대륙으로 뭉뚱그려 보았다면,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비로소 중국을 살아숨쉬는 여러 도시들의 집합체로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4개월 남짓의 기간동안 베이징 제외 총 열 두 도시를 여행했다. 평균 시속 300km의 고속철(高铁)을 타고 베이징에서 꼬박 5시간 달려 항저우에 도착하기도 했고, 이름도 생소한 국영 저가항공사인 중국연합항공의 비행기를 타고 혼자 운남성으로 가기도 했다. 고개를 젖혀 물을 마시는 것조차 어려운 3층 침대 칸에 누워 지샌 밤도 많았다. 여행지 내에서는 오포, 모바이크 등의 공유자전거,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滴滴出行), 심지어 덜컹덜컹 흔들리는 툭툭이(삼륜차)까지, 웬만한 이동수단은 다 이용해보며 전역을 여행했던 것 같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많았다. 아침부터 10시간 이상 달려 도착한 첫여행지 내몽고(内蒙古) 자치구에선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미친듯이 달리는 말을 타보기도 했다. 그 엄청난 속도에 신이 났던 것도 잠시, 이후 며칠동안 극심한 엉덩이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톈진(天津) 여행은 시작부터 기차를 놓치는 해프닝이 있었다. 시간을 잘못 계산하고 너무 여유를 부려서였다. 국경절에 떠난 황산(黄山)에선 뜨거운 물을 구하지 못해 미리 사온 점심용 컵라면은 손도 못 댄 채 초코바만으로 주린 배를 달래야했다. 이어 한푼이라도 더 아끼고자 케이블카 대신 계단으로 산을 내려오면서 가파른 계단을 몇시간째 내려가다보니 기어이 왼쪽 무릎에 무리가 오고 말았다. 다행히 내려오자마자 삼겹살로 열심히 뱃속을 기름칠했더니 기적적으로 다음날 깨끗이 낫긴 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곳을 여행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중국이 절대 하나의 중국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한 나라 안에 정말이지 다양한 색깔을 가진 도시들, 또 그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뿜어내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잠재력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그렇게 중국의 낯선 지역들을 돌아다니는 경험이 하나둘 쌓이니 앞으로 중국 어디든 못 갈 곳은 없겠다는, 자신감 또한 생겼다. 그 여행의 기록을 앞으로 남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