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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은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를 보이는 도시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을 갖고 있지만, 여름엔 더 덥고 건조하며 겨울엔 더 춥고 건조하다. 위도 상으로 신의주와 비슷하다고 하니 대략적인 느낌이 그려질 것이다. 또한 산과 강이 거의 없는 분지(盆地) 형태의 지형인 탓에 황사나 스모그가 발생하면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라앉아 버린다.
중국어로 초미세먼지는 '우마이(雾霾)'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초미세먼지가 일찍이 국가적 문제로 부각되었다. 2013년은 '우마이'가 올해의 관심 단어로 선정될 정도였다. 2013년 당시 베이징은 일년 가운데 닷새를 제외하곤 모두 우마이에 휩싸였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고 한다.
베이징 북부의 허베이성은 중국 내 최악의 오염지대로 손꼽히는 등 베이징의 서쪽과 남쪽은 석탄단지이자 중화학 공업단지로 유명하다. 겨울이 되면 특히 난방 등의 용도로 석탄 사용이 많아지면서 미세먼지가 100 이상, 높이 올라가면 400 이상까지도 올라간다.
참고로 미세먼지는 보통 10마이크로미터 이하를 이야기한다. 대략 머리카락의 1/5 크기다. 초미세먼지는 2.5 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인체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로 폐로 들어가 호흡기에 악영향을 준다.
사실 한국에서 지낼 때에는 그렇게 미세먼지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베이징에서는 공기가 안 좋다는 것이 육안으로 바로 확인될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들이 가끔 있었다. 밖에 오래 있다 보면 목이 칼칼한 느낌이 바로 들 정도였다. 그래서 항상 외출하기 전에 어플을 미리 확인하고 미세먼지 수준이 100 마이크로그램 이상일 때에는 꼭 마스크를 착용했다. 미세먼지 정도를 확인하는 어플로는 墨迹空气,全国空气质量를 종종 사용했다.
마스크는 타오바오에서 판매량과 리뷰들을 읽어본 뒤 구매했다. 마스크를 구매할 때에는 보통 KF 등급을 확인해야 한다. KF는 국내 인증으로 Korea Filter의 약자다. KF 94은 PM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를 94%까지 막아준다는 의미다. 내가 구매한 마스크는 N95였는데, 이는 미국 관리기관에서 인증한 마스크로, 95% 입자 필터링 능력을 갖춰 KF94와 거의 같은 성능을 가진 것이었다. 숫자가 높을수록 차단 성능이 뛰어난 것이라고 하는데, 숫자가 너무 높으면 호흡이 불편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했던 것보다는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들이 의외로 많았다. 알고보니 2017년 3월부터 베이징 일대에는 정부 차원에서 전면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실시되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기업오염 발생을 집중단속한다는 것이다. 베이징, 톈진, 허베이 지역에서 오염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는 2014년 2월이었다. 주요 원인은 초미세먼지였다.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중국 정부는 오염 물질 배출 공장을 폐쇄하고 모니터링과 경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베이징에서만 11개 산업부문의 오염기업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이었다. 북부 28개 도시에서 난방용 연료를 석탄에서 가스로 바꾸고 있다. 약 300만 가구의 석탄 난방이 전기 난방으로 교체되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환경보호세법을 시행하고 있다. 즉 대기오염 물질, 수질오염 물질, 고체 폐기물, 소음 등에 세금을 부과한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일상에서 체감할 정도로 미세먼지가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 산하 환경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500대 도시 가운데 단지 1%인 5개 도시만이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질량표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에서 공기 오염이 극심한 10대 도시 가운데 중국 도시가 무려 7개나 포함됐다.
우리나라도 요즘은 중국 못지않게 미세먼지로 시달리고 있다. 아니, 오히려 한국에 돌아와보니 중국보다 더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느낌이다. 중국에서 사뒀던 마스크들을 많이 못쓰고 돌아왔는데, 오히려 요즘 훨씬 더 많이 쓰고 다닐 정도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