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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중국 대륙 중에서 내가 꼭 살아보고 싶었던 도시는 베이징이었다. 진짜 중국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수도인 베이징이 가장 적합해보였다. 


돌이켜보면 베이징에서 교환학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모로 행운이었다.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축소판과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이화원, 만리장성 등 중국의 '과거'를 대표하는 여행지들이 많을뿐 아니라 중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신흥부촌들과 최신 IT 인프라를 체험하고,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명문대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베이징에서 살면서 가장 놀랐던 건 그 엄청난 규모다. 막연하게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 여길 수도 있으니 그 실제 면적을 살펴보자면, 베이징(16,808km²)은 무려 서울(605.2km²)의 약 27.7배의 크기임을 알 수 있다.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면적과 비슷한 정도다. 프랑스 파리의 면적이 105.4km²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규모다.


그 규모에 걸맞게, 베이징에서는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느낄 수 있다. 베이징의 중심부는 천안문과 자금성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약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古都) 베이징의 전통과 문화적 향기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베이징 동부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중국의 현재를 보여준다. 높이 치솟은 마천루들과 명품 쇼핑몰에서 현대 중국 신흥부자들의 일상을 살펴볼 수 있다.


베이징 서부는 중국의 미래를 상징한다. 내가 4개월간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인민대학교도 이곳에 위치해 있는데, 북경대, 칭화대 등 베이징 내 대학의 절반가량이 모여있는 곳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도 불리우는 혁신의 상징 중관촌(中关村) 단지 또한 서부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서부는 베이징의 미래를 견인할 핵심기지다.



베이징의 인구는 또 얼마나 많고 다양한가. 베이징은 도심에만 850만 명, 교외의 인구까지 포함하면 약 2,15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한다. 서울에 1,000만 인구, 경기도에 약 1,234만 인구가 거주한다는 것과 비교해본다면, 베이징에만 우리나라 인구의 열명 중 네명이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종 또한 한족(96%), 만주족(2%), 회족(2%), 몽골족(0.3%)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한국인들이 살기에도 아주 좋은 도시다. 베이징 동북부의 왕징(望京), 서북부의 오도구(五道口, 우다우코우)는 코리아타운으로 유명하다. 


더 나아가 14억 인구 대국의 수도이자 행정의 중심지이다보니 유동 인구 또한 엄청나다. 전국 각지에 사는 중국인들의 평생 소원 중 하나가 북경의 천안문광장을 밟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천안문 일대를 둘러보면 상기된 채 연거푸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중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옆의 모택동 기념관을 가면 3위안짜리 노란색 국화꽃을 사들고 모택동을 알현하러 온 사람들의 기나긴 행렬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베이징에 있던 10월 18일부터 일주일간, 베이징에서 당대회로도 알려진 19차 전국대표회의가 열렸다. 전국대표대회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소집하는 중요한 회의로, 제1기 정부에서 제2기 정부로 넘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19차 당대회에 참석한 인원은 2,300명으로 모두 중국의 내로라하는 정치 엘리트들이다(참고로 현재 중국의 공산당원은 약 8,900만 명이다). 이번 당대회는 중국 공산당에 있어 중국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심지어 10월부터는 소셜미디어 내 채팅방에서 불온 정보를 유통하는 방장에 법적 책임을 묻는 규정이 신설되기도 할 정도였다. 


4개월간의 베이징에서의 생활은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