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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사회: 덜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부족’의 사회를 지나 ‘풍요’를 넘어 ‘과잉’의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오늘날 IBM은전세계적으로 산출되는 정보의 양이 하루에 무려 2조 5,000억 메가바이트 이상이라고 추산한다. 1메가바이트에 해당하는 정보를 손글씨로 쓴다고 할 때 그 높이가 에베레스트 산의 다섯 배에 해당된다고 한다고 하니 실로 무시무시한 양이다. 이에 더해 과거 2년간 산출된 정보의 양이 그 이전의 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 생성된 정보의 양보다 더 많을 뿐 아니라, 생성 속도도 매년 60퍼센트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과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령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시장 접근, 재고 저장 공간, 콘텐츠 생성 및 발표, 소프트웨어, 각종 서비스 및 처리 능력 등에서 공급은 방대한 수준으로 늘었다. 가령 통신 서비스 스카이프(Skype)는 국제통화 시장을 혁신했다. 한때는 통화료가 너무 비싸 거의 시도해기도 힘들었던 국제통화가 이제는 일상이 되었고 거의 무료나 마찬가지다. 스카이프의 등장으로 국제통화가 누구나 접근 가능한 서비스로 변모한 것이다. 


출처: wpdistrict.sitelock.com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대량생산 및 접근가능성 등은 다수에게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부작용 또한 크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매일 같이 쏟아지는 데이터에 점점 더 압도되고 있다. 사실 문제는 양 그 자체라기보다 제대로 된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느냐다. 정말 중요한 데이터만을 선별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지만 비로소 남들보다 앞설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오늘날의 가치는 정보의 절대적인 양보다 그것을 얼마나 잘 큐레이션하느냐에 달려있다. 



디지털 시대의 큐레이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전세계의 정보는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이제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또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만들어내지만, 무가치한 정보 역시 늘어간다. 큐레이션은 이러한 오늘날 사회와 경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큐레이션이야말로 정리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에 압도되는 과잉 현상을 타개할 대응책이기 때문이다. 큐레이션은 선택하고 정제하며 배열해서 가치를 더하는 행위다. 너무 많은 것을 분류해 보다 더 가치 있는 대상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우리는 현재 더 ‘많은’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 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쓸모 없는 것을 과감히 덜어낼 수 있는 큐레이션이야말로 과잉 사회의 강력한 돌파구이며 그 효용 가치는 점점 더 증대되고 있다. 


정보 과잉의 문제는 1990는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가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이 웹은 수백만 이용자들이 손쉽게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웹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결과 수많은 영역들이 이른바 부족의 시대를 지나 풍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여기저기서 무료에 가까운 콘텐츠가 넘쳐나게 되었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도 거의 장벽이 없어졌다. 


출처: THE FASHION POST / 츠타야 서점의 전문성을 갖춘 컨시어지의 모습.


디지털 시대, 휴먼 큐레이션의 가능성

알고리즘에 기반한 인공지능 큐레이션과 비교했을 때, 휴먼 큐레이션(Human Curation)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정교한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 시스템을 보유한 인공지능과는 달리, 인간은 사람냄새가 묻어나는 스토리와 감성이 있다. 각 개인의 색깔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그런 큐레이션. 비록 로봇보다는 덜 '정교'하게 추천할지라도그 개인의 이야기와 감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휴먼 큐레이션의 가치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