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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로 살펴보는 디지털 강국, 중국


중국의 여러 IT기업 중 눈에 띄는 기업이 있다. 바로 텐센트(Tencent, 腾讯)다. 텐센트는 2017년 세계 시가총액 기준 10대 기업에서 5위를 차지했다. 바로 아래 6위가 그 유명한 페이스북이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현주소가 문득 궁금해졌다.



우선 앞서 언급한 텐센트는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진 기업일까. 2017년 11월 20일, 텐센트는 아시아 기술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5000억 달러(약 545조 원)를 돌파, 21일 오전에는 미국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을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텐센트의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는 메신저 위챗이다. 2018년 기준 위챗의 월간 활성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s)는 9억 8천 명이다. 중국 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80% 이상이 위챗을 쓰고 있다.


중국인들은 텐센트의 생태계를 벗어나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미디어, 컨텐츠, 게임, 상거래 등 텐센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상당수의 중국인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 위챗(微信)을 통해 개인화 추천 뉴스를 읽는다. 그리고 출근길에는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弟弟出行)의 앱을 통해 택시를 잡는다. 저녁식사는 디엔핑(点评)으로, 영화는 웨이피아오(微票)로 예약한다. 언급된 모든 서비스는 텐센트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이른바 텐센트 생태계의 서비스다.


출처: Marcus Bleasdale


텐센트 혹은 알리바바 생태계가 일궈낸 수많은 스마트폰 앱서비스를 통해 중국 오프라인 서비스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었고, 그 결과 오프라인의 효율성을 극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어떻게 이처럼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우선, 그 첫번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낙후된 오프라인에 있다. 오프라인의 유통, 물류, 서비스 수준이 너무나 낙후되어 있었기에 온라인이 선사해주는 편리함에 대한 효용이 더욱 컸던 것이다. 가령 QR코드 간편결제가 중국 내에서 빠른 속도로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신용카드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파급력이 더욱 크게 느껴졌던 것이다.


두번째로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압도적인 규모(Size)를 들 수 있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7억3100만 명, 휴대전화 이용자는 6억9500만 명으로 각각 미국·유럽연합(EU)을 합친 것보다 많다. 덕분에 중국이 전세계 전자 상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 미만에서 지난해 42.4%까지 늘었다. 이는 기술 발전을 북돋는다. 예컨대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11월11일 ‘광군제’ 때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량은 평소의 11~12배로 폭주한다. 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 중국의 온라인 결제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고도화되어 있다. 


세 번째 성공요인은 중국 정부의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공식적으로 ‘인터넷플러스(互联网+)’를 시진핑 정권의 중점 경제성장 모델로 설정했다. 인터넷에 모든 것들을 더한다는 의미의 ‘인터넷플러스’ 정책을 통해 중국 정부는 2년 남짓한 기간 안에 중국 대륙 전체를 디지털화하는데 성공했다. 저강도 규제 정책도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신규 디지털 사업에는 규제를 가하지 않다가 시장이 커진 뒤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사후 규제를 도입했다. 온라인 송금·결제 서비스를 시작한지 9년이 지난 2014년에야 소비자 보호장치를 뒀고, 2016년에 거래 규모에 제한을 둔 것과 같은 식이다. ‘인터넷플러스’는 중국이 단순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넘어서 기술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시키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VC 생태계


출처: Asian Entrepreneur


현재 전세계 테크 트렌드를 만들고 주도하는 곳이 미국 실리콘밸리라는 것에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은 적자가 나더라도 스케일을 만들어낼 때까지 과감하게 투자를 해주는 벤처캐피탈(VC)의 존재이다. 그리고 이런 VC들이 많이 존재하는 이유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가능케 해주는 엑싯(Exit)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중국의 IT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GAFA로 불리우는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이 있다면, 중국 베이징의 중관촌(中关村)에는 BAT인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가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꼽은 2017년  ‘50대 스마트기업’에도 중국이 7곳으로 미국의 뒤를 이었다. 덩치뿐 아니라 내실도 갖춰가고 있다. 중국 인터넷 100대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46.8% 증가한 1조700위안이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9.4%이며, 11곳은 40%가 넘는다.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의 수는 중국이 89곳으로 전 세계 3분의 1을 차지한다. 


더 나아가 현재 중국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중국 현지 VC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미국의 VC들 또한 중국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자금 조달의 측면에서도 미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규모를 만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엑싯의 숫자는 미국보다 중국이 더 많을 정도라고 한다. 또한 IT 기술 중에서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분야에선 투자 규모가 미국을 넘어섰다. 



더 이상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출처: china-mike.com


2017년 11월 10일, 가트너는 '아·태 지역의 10대 상위 디지털 혁신 업체'(The Top 10 Digital Disruptors in Asia/Pacific) 순위를 공개했다. 이 순위에서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가 각각 1~3위를 차지했다. 상위 세 개 업체 외에도 중국 기업의 활약은 돋보였다. 4, 5위에는 알리바바 산하의 핀테크 업체인 앤트파이낸셜과 거대 인터넷 상거래 기업인 JD닷컴, 6위에는 디디추싱, 7위에는 샤오미가 오르며 전체 1위에서 7위까지 중국기업이 차지했다. 10위는 중국의 P2P 중개 업체인 루팍스였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는 네이버가 유일하게 9위에 이름을 올렸다. 8위는 일본 기업 중 유일하게 야후 재팬이 차지했다. 디지털 산업에서 우리나라의 냉정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자료다. 


2018년 4월 4일, 미래에셋은 중국 승차공유시장 1위 업체인 디디추싱 투자를 위해 2,8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설정했다. 디디추싱은 중국 승차공유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압도적 1위 사업자다. 중국 전역 400개 이상 도시에서 2,100만명의 운전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등록사용자가 4억5,000만명, 하루 사용건수는 2,500만건에 달한다.


한편, SK㈜는 최근 그랩(Grab)이 진행한 약 20억 달러(약 2조1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7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운송 네트워크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특히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시장점유율은 각각 65%, 78%에 달한다. 그랩의 기업가치가 6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불법인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에 국내 기업이 위의 사례들처럼 큰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계 각국,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 기업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또한 시장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비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내수가 한정적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글로벌한 시장으로의 진출은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더욱더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에 따른 만반의 준비를 해낸다면 반드시 우리 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유니콘이 탄생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