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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서적' 투자라는 과감한 도전을 감행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책 <미움받을 용기>에 'TW 14호 문화콘텐츠투자조합(200억 원)'을 통해 2억 원 가량을 투자한 것이다. 이 펀드는 신강영 심사역이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강원숙 심사역과 박영찬 심사역, 유동기 심사역이 핵심 운용 인력으로 자리했다. 


이 펀드는 영화 <국제시장>, <암살>, 드라마 <일리 있는 사랑>, 게임 <몬스터 파티>, 공연 <오페라의 유령> 등에 투자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책 <미움받을 용기>는 투자액 대비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냈다. 책을 출간한 인플루엔셜의 문태진 대표는 초기 투자금을 받아 제작 단계에서 일러스트 등을 새로 넣는 데 사용하는 한편 홍보 마케팅 비용으로도 쓴 게 흥행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출처: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


2016년 2월 23일, 머니투데이 더벨과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주최·주관한 '2016 한국 벤처캐피탈 대상'에서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Best Innovative House'로 선정됐다. 문화콘텐츠 투자 시장에서 서적을 투자처로 삼는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는 비록 규모 자체는 소액이지만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일반 문화콘텐츠펀드가 출판 프로젝트를 투자처로 삼은 첫 번째 사례인 까닭에 의미가 컸다. 실제로 출판사 인플루엔셜은 출판계 최초로 2016년 1월 26일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로부터 20억원의 공동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인플루엔셜은 이번 지분 투자 유치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인플루엔셜의 문태진 대표는 “이번 투자를 통해 훌륭한 저자와 능력 있는 인재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좋은 작품에 집중하는 한편 새로운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전했다.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


벤처캐피탈이 서적에 투자를 진행한 선례가 없던 탓에 회사 내부에서는 투자 건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견 대립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치열한 논쟁 끝에, 벤처캐피탈의 경쟁력은 결국 새로운 투자에 대한 도전에서 나온다는 데 투심위의 의견이 모아졌고, 예상 밖의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책 <미움받을 용기>는 출간과 동시에 업계 안팎에서 '핫 이슈'로 조명을 받았고 51주 연속 '판매량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100만 권 판매 기준으로 타임와이즈와 출판사는 55억 원 가량의 수익을 배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투자는 타임와이즈에 6배 이상의 수익을 안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자를 주도했던 타임와이즈의 유동기 수석심사역은 콘텐츠 투자에 대한 남다른 인사이트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좋은 콘텐츠를 고르는 노하우로 ‘콘텐츠의 재미’를 가장 먼저 꼽았다. 원천 소스가 재미있어야 다른 콘텐츠로 변화하더라도 그 재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미움받을 용기>의 이례적인 흥행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콘텐츠 자체가 매력적이다. 책은 과거의 경험과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말고 ‘내가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고 말하는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를 다뤘다. 열등감 많은 청년이 철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유, 행복을 위한 용기를 일깨워나간다는 내용이다.  서열 중심 한국사회에서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나 ‘모두 다 당신을 좋아할 순 없다, 평범해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아들러 심리학은 반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내 인생을 살지 못하면 대체 누가 내 인생을 살아줄 것인가’. 이러한 메시지가 한국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된 것이다.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의 제목 또한 흥행에 큰 영향을 주었다. 


판매량을 세대별로 살펴보면 30대가 33.6%로 가장 높았고, 20대(28.8%), 40대(23.3%)가 뒤를 이었다. 50대 독자들도 10.3%를 차지해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책의 인기 이후 ‘용기’를 키워드로 한 도서가 36종 출간되기도 했다. 김혜연 인플루엔셜 편집장은 '이렇게 저렇게 해라' 라고 지시하는 자기계발서와 달리 스스로 내면 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책을 펴낸 인플루엔셜은 강의 전문 기업에서 출발했으며, 2013년에야 책을 내기 시작한 신생 출판사다.  <미움받을 용기>가 5번째 출판이었다. 하지만 타임와이즈는 여기에서 오히려 강점을 찾았다. 인플루엔셜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네트워크가 다른 출판사들보다 강하고, 더 나아가 강연 수요나 트렌드를 항상 잘 알고 있으니 인기 있을 만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도 비교 우위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더해 도서정가제 실시, 일부 대형 출판사의 경영 악화 등 출판업계의 변화가 중소 출판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했다. 도서정가제 덕분에 과도한 가격 경쟁이 줄고 중소 출판사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출판사들은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사업 자체가 위축되기도 했고 횡령, 배임, 표절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출판사도 더러 있었다. 이들 회사의 우수 인력이 시장에 나오면서 중소 출판사에도 채용의 기회가 생겼다. 시대적 흐름 자체도 신생 출판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요약하자면,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인플루엔셜이 강연 비즈니스와 출판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유니크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콘텐츠 생산의 핵심으로서 출판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결국 인플루엔셜의 향후 전자책,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대개 출판 시장이 죽었다고 하지만 디지털과 모바일화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이 계속 늘어나면서 지식재산권(IP)은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출판사 역시 이러한 IP를 계속해 생성해 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중국 출판 기업인 풍황미디어는 2014년 미국 PIL(Publications International, Ltd)의 아동책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2015년에는 텐센트가 중국 온라인 출판업계 1위 ‘성다원셰’를 인수했다. 이러한 거래 모두 IP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VC가 나아가야할 길


벤처 투자는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 투자이기 때문에 모든 투자가 성공할 순 없다. 하지만 실패가 두렵다고 안정적인 투자 아이템만을 찾는 VC에겐 미래가 없다. 끊임없이 투자 가치가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탐색하고자 해야 한다. 새로운 투자처 발굴과 창의적 거래구조 발굴이야말로 벤처캐피탈이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이다. 


앞으로 다가올 환경 변화를 고민하지 않고 철학과 비전 없이 관습적으로 영업하는 벤처캐피탈의 경우 장기적인 생존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떠한 전략을 왜 세웠는지, 그리고 그 전략이 벤처 생태계와 관련 산업 생태계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또 어떠한 효용을 주는지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벤처캐피탈이 성공할 수 있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미움받을 용기>에 대한 투자가 바로 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