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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미래학자 리처드 버크민스터 풀러(Richard Buckminster Fuller)는 '지식 두 배 증가 곡선(Knowledge Doubling Curve)'으로 인류의 지식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인류의 지식 총량은 100년마다 2배씩 증가해왔다. 그러던 것이 1900년대부터는 25년으로, 현재는 13개월로 그 주기가 단축되었다. 2030년이 되면 지식 총량은 3일마다 2배씩 늘어나게 된다. 이른바 ‘지식의 빅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출처: Learning Solutions



방송통신 환경 또한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서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Digital Convergence)가 대두되었다. 결국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환경에서 인터넷과 연결된 다양한 서비스산업이 발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한발자국 더 빨리 파악하고 주목해야 되는 부분은 바로 트렌드(Trend)다. 그리고 트렌드를 찾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한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변화와 그 방향을 주목해야 한다. 



트렌드란 '동향', '추세' 등으로 번역되는데, 단지 한 때의 유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행은 트렌드와 다르다. 일시적이고 변칙적인 유행과는 달리, 트렌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 방향과 관련되어 있다. 트렌드란, 중대한 사회적 변화를 예고하는 의미심장한 전조라는 말이 있다. 사소해 보이는 트렌드일지라도 잘 들여다보면 중대한 사회변화의 징후를 읽어낼 수 있다. 그렇게 읽어내야만 우리는 조금이라도 먼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통신 분야와 밀접한 IT 기술은 특히 더 그렇다. 한동안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등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이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바 있다. 물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모두 지금 이 순간에도 굉장히 유효한 사회적 흐름이며 초연결 사회로의 진화를 위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오늘날 가장 큰 화두에 있는 건 다름 아닌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출처: DocumentaryTube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나 관리자 없이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되는 P2P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중지불을 막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분산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이용한 공공 거래장부다.


하나의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의 컴퓨터)는 각자 거래 장부를 부여받는다. 이 장부에는 블록체인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가 기록된다. 블록체인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는 10분 간격으로 모든 거래내역을 비교한다. 이때 전체 비트코인 사용자의 과반수가 갖고 있는 데이터와 일치하는 장부만 멀쩡한 장부로 공인된다. 이렇게 입증된 거래정보를 하나의 '블록'으로 계속 형성해 나가고 이렇게 모은 블록들이 고리로 연결돼 블록체인을 구성한다. 블록 체인은 작업증명 과정을 통해 블록을 계속 추가해 나간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모든 디지털 기록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분산화하여 저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뿐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블록체인은 금융 뿐 아니라 부동산 거래, 물류, 식품 유통, 의료, 투표, 행정 등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거래되며,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할 모든 분야에서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블록체인, 규제와 육성 사이


우리나라 국가행정조직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신뢰받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방송통신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한편, 미래 대비 신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은 굉장히 까다로운 주제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4차 산업혁명 지원 정책의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 하에 규제 개선 등으로 신산업 활성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과제를 갖고 있다. 


이미 방통위는 블록체인, 엄밀히 말하면 암호화폐와 관련하여 규제를 진행한 적이 있다. 2018년 1월 24일 오전, 방통위는 개인정보를 미흡하게 관리해온 국내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에 처음으로 제재를 내렸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 사업자 8곳 모두에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총 과태료 1억4100만 원과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의결한 것이다. 이들 사이트들은 계좌정보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다루면서도 일반 웹사이트보다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가상화폐 거래사이트에서 이뤄지는 개인정보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해야 하는 한편, ‘블록체인’ 기술은 장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나친 규제가 차세대 기술인 블록체인의 발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허욱 부위원장은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기술로서 블록체인은 살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Logistics Bureau



사실 블록체인 기술은 활용만 잘 한다면 다양한 긍정적인 영향력을 낳을 수 있다. 가령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미디어 저작권 관리 기술을 구현하고 불법 복제의 유통을 예방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정산 절차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줄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참여자 모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고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이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위조를 막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중간 유통 매개자 없이 창작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뮤직코인’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하여 비슷한 움직임들이 보인다. SK텔레콤은 2018년 1월 31일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새로운 음악 플랫폼 사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자회사 아이리버가 기획사 3곳의 음원을 유통하는 계약도 했다. 이에 따라 엑소,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등의 음원을 아이리버가 공급하게 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새로운 음악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음원 저작권 보호와 거래 기록 투명화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창작자가 직접 소비자와 콘텐트 거래를 할 수 있게 돕는다. 그 사이에 중개자는 원칙적으로 필요치 않다. 예를 들어 음악산업에서 가수가 노래를 만들었다면 기존에는 기획사·유통사·플랫폼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블록체인상에 음원을 올리면 소비자가 창작자로부터 직접 음원을 구입할 수 있다. 음원 거래를 기록하고, 스마트 계약 기능으로 저작권을 지닌 이들에게 돈을 지불한다. 


규제와 육성 사이에 놓여있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세계적으로도 논쟁이 많은 사안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슬기롭고 현명하게 잘 다뤄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