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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소비되는 것은 금방 질리기 마련이다

 

방송은 대중을 상대로 행해지는 대중예술이다. 따라서 방송은 콘텐츠를 제작함에 있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대중들에게 쉽게 소비되는 것은 그만큼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라는 말이 유행이었을 정도로 셰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어느 방송을 보더라도 셰프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방송가에서는 쿡방의 인기가 작년과 같진 않다. 이처럼 대중들에게 쉽게 소비된 것은 그만큼 금방 인기가 식기 마련이다.


출처: tvN


예를 들어 나영석 PD의 작품들인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윤식당> 등은 대부분 여행과 음식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작품들이 크게 흥행을 하면서 나영석’은 흥행보증수표로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게 되었다.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은 믿고 본다는 팬덤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 이유가 있다. 대표적으로 여행과 음식이라는 소재를 들 수 있다. 이 세상에 여행과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행과 음식은 대중들이 일상을 벗어나 즐길 수 있는 아이템 중 가장 포지티브(positive)한 특성을 지닐 뿐 아니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실제로 여행을 떠나거나 음식을 맛보지 않아도 방송만을 통해 어느 정도 '경험'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행이나 음식을 테마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금 당장 TV를 켜서 채널을 조금만 돌려봐도 쉽게 여행이나 음식 영상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비슷한 것들을 계속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치명적일 수 있다. 지속적인 이미지 소비는 싫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이는 결국 더 나아가 프로그램 폐지 등의 안 좋은 결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대중들을 만족시킬 만한 신선한 콘텐츠 발굴이 핵심 과제가 된다.




이러한 원칙은 카페 프랜차이즈의 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현재 명실상부 최고의 카페 브랜드인 스타벅스와, 흥망성쇠의 과정을 겪은 카페베네를 비교할 때 이러한 공식은 더욱 두드러진다.


스타벅스는 상가투자자와 임대인 사이에서 유동인구를 끌어 모으며, 건물의 가치와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키 테넌트(key tenant)' 혹은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로 꼽힌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카페문화를 대표하던 스타벅스는 의외로 매장 수의 증가세가 매우 느린 편이었다. 스타벅스 코리아 설립 5주년인 2004년이 되어서야 전국 매장 수가 100개를 돌파했으며, 10주년인 2009년에야 300개에 근접했고, 2010년에도 327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2011년부터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인다.

 

반면 후발주자들은 스타벅스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카페베네는 2008년 사업 첫해에 점포 수가 24개였는데, 2년 후인 2010년에는 395개로 증가했고, 2012 800여 개를 넘어섰으며, 2013 1,000호점을 오픈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10,000호점'을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카페베네는 2016 33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그 몰락의 원인 중 하나로 바로 이와 같은 급성장이 꼽힌다.

 

스타벅스는 우리나라에서 전 지점을 직영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개점 비용이 많이 들었고, 글로벌 브랜드에 걸맞은 직원 교육과 품질 유지에 힘썼다. 그러다보니 점포 증가세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했다. 이미 영업을 시작한지 12년이나 되었고 점포 수도 300개가 넘어선 시점이었다. 자금력도 확보되었을뿐더러 인적자본도 충분히 축적된 상황이었다



반면 카페베네는 상황이 달랐다. 단시간에 지나치게 확장한 것이다. 사업 첫해인 2008년을 제외하고, 2009년의 점포 증가율은 무려 292%, 2010년은 320%였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중심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점포가 800개가 넘을 때까지 16년이 걸렸다. 하지만 카페베네는 단 4년이면 됐다. 사람들은 너무 흔해 빠진 것도 좋아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브랜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곳들은 가게를 쉽게 늘리지 않는다. 이에 반해 곳곳에서 출점이 일어나면 트렌드는 그만큼 빨리 '소비'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금세 질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철저한 차별화와 유연성을 바탕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평균보다 낮은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특색 있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음식점들이 점차적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다현재의 골목 식당들은 과거에 비해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대기업 프랜차이즈보다 우위에 있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방송으로 바꿔 말하자면, 대중들을 만족시킬 만한 확실하고도 신선한 콘텐츠 발굴을 해내는 프로그램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더 나은 미래를 누리고 싶다면 감각을 키우고 넓은 시야를 가지며 끊임없이 혁신하고자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