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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해외 시장인가
CJ E&M은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내수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성장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문화 산업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다. 다행히도 문화 콘텐츠는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상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해외로 수출할 수 있다. 또한 문화 산업은 문화산업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팬덤 등을 형성함으로써 기타 다른 산업 등으로 확장 등 간접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CJ E&M은 2020년부터 해외에서 자체 제작한 영화를 연간 20편 이상 개봉키로 했다. CJ의 한해 국내 투자배급작품이 10~15편 정도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게중심을 해외시장으로 옮겨가겠다는 얘기다. 정태성 CJ 영화사업부문장은 “국내 개봉작보다 더 많은 영화를 해외에서 만들어 궁극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보다 높은 구조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시장은 포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 영화시장은 2014년 연 매출 2조 원대 이후 정체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1인당 연간 평균 관람편수는 4.2편으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영화 시장의 주 소비층인 20~30대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더 클 여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왜 중국시장인가
여러 해외 시장 중에서도 문화산업의 특성상 아시아 시장을 눈 여겨 볼 수밖에 없다.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위해선 아무래도 문화적 거리가 가까운 지역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CJ E&M 또한 기본적으로 비슷한 문화권인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문화상품을 기획 제작하고 배급, 유통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여러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중국은 특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우선 중국은 13억5000만 인구 중 한국 인구의 약 3배에 달하는 3억 인구가 영화를 보는 나라다. 게다가 중국은 경제 성장으로 인해 중산층 인구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점점 더 문화를 소비하는 인구 규모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중국은 같은 한자 및 유교 문화권 안에 있고, 지리적, 역사적 친밀성이 있다. 중국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 문화에 우호적인 편이며 양국간의 정서적인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일당 공산당 독재 체제라는 정치사회적 불안정성이 항상 존재하는 나라다. 중국은 자국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 등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불법 콘텐츠 문제도 심각한 편이다. 이로 인해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은 번번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CJ E&M이 내놓은 것은 현지화(glocalization)전략이었다. CJ E&M은 기존 콘텐츠나 포맷을 그대로 수출하기보다는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다양한 합작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해외 콘텐츠에 방어적인 태도가 강한 중국에서는 합작 형태의 콘텐츠가 잠재력이 더 큰 동시에 현지 정서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화 산업에 있어서도 그저 한국영화를 해외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CJ E&M이 보유한 영화적 자산들, 즉 IP(Intellectual property, 콘텐츠 재산권), 스토리, 제작 노하우, 감독, 작가 등 통해 새롭게 접근하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의 실행은 중국에서 다양한 성공 사례를 낳았다. 예를 들어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를 모티브로 공동 제작한 ‘상애천사천년’은 성공적인 합작 콘텐츠다. tvN ‘꽃보다 할배’는 파트너인 상하이동방 위성에 중국판인 ‘화양예예’에 대한 제작 노하우 전수와 전반적인 컨설팅을 진행해 큰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CJ E&M은 중국 시장 진출에 있어 한국의 웹툰·영화·드라마·소설 등의 원천 콘텐츠 확보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CJ E&M이 보유한 재원들 중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을 선정해 현지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국 영화 ‘선물’을 중국 영화 ‘이별계약’으로 제작한 게 성공 사례다. CJ E&M은 또한 단순히 한류에 기대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즉, CJ E&M의 중국 사업은 한류적인 요소를 가미하지만 현지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 기획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왜 동남아시아 시장인가
CJ E&M은 중국에서 만족하지 않고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으로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한류에 호의적인 이들 국가에서는 파트너십이나 공동 제작을 통해 ‘동반 성장’을 꾀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글로컬 전략을 통해 문화 콘텐츠 수준을 높여 시장의 크기와 체력을 근본적으로 키운다는 윈윈(win-win) 전략이다. CJ E&M은 2011년 영화 ‘퀵’을 시작으로 베트남에서 영화 직배 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지 영화계 인력과의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장시켜왔고, 2013년에는 베트남 국영 방송 VTV와 드라마 공동 제작 파트너십을 맺으며 방송 콘텐츠 현지화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베트남에서의 첫 합작 드라마인 ‘오늘부터 청춘’이 나올 수 있었다.
태국에서 또한 tvN 드라마 ‘응급남녀’와 예능 프로그램 ‘렛미인’ 등이 수출돼 인기를 끌면서 교류가 확장됐다. 이를 계기로 CJ E&M은 지난 4월 말 태국 1위 종합 미디어 사업자인 트루비전스와 미디어 콘텐츠 합작법인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올해 안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CJ E&M의 콘텐츠 기획, 제작 역량과 트루비전스의 현지 마케팅 노하우를 결합해 태국에서 현지화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광고 사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CJ E&M은 북미 시장으로의 진출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CJ E&M은 미국에는 백인 중심의 전체 시장과 함께 흑인, 히스패닉 영화 시장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파악했고, 여기에 한국영화가 들어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스토리텔링 중심의 중저예산 영화, 장르성 강한 영화, 소비시장이 명확한 예술영화 등에 포커스를 맞춰 흑인, 히스패닉 영화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동남아시아 시장 외에도 CJ E&M은 진출 국가로 터키와 멕시코에도 주목하고 있다. 터키는 세계 2위 드라마 수출국이고 멕시코 영화시장 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 중동과 유럽, 남미 등에 적지 않은 콘텐츠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이미 터키와는 ‘스파이’ 등 10여편의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임명균 CJ 해외사업본부장은 “여력이 된다면 러시아와 인도까지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 볼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영화 리메이크를 넘어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CJ E&M은 2020년께 글로벌과 국내 매출 비중을 7대3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서로의 장점을 접목시키며 현지 시장에 맞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공동 전략은 향후에도 큰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여겨진다. 앞으로 CJ E&M의 글로벌 진출 행보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참고] 중국에는 신파극이 없더라고요...그리고 택한 현지화, 대륙을 흔들다 / DBR 2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