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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저장성 성도) / 11월 10일~11월 11일, 1박 2일
아름다운 호수 서호(시후)의 도시, 항저우에 다녀왔다.
항저우에서 보내는 둘째날이 바로 11월 11일, 중국 최대의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节,双十一)가 열리는 날이었다. 항저우는 마윈의 고향이자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항저우에서 보내는 광군제는 보다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친구와 함께 베이징에서 꼬박 5시간 동안 고속철을 타고 항저우 도착했다. 가격은 538.5위안이었다.
항저우는 12세기 금나라에 피하고 중원에서 피난 온 왕조가 남송의 도읍으로 삼으면서 150년간 남송의 중심지였다. 산이 많고 물이 풍부해 토지가 비옥했고 일찍부터 상업이 번성했다고 한다. 13세기 항저우에 온 마르코 폴로는 ‘지구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도시’라고 감탄했다. 중국 10대 미향(美鄕)에 속하는 항저우는 2007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2007년 중국 최고의 관광도시로 뽑히기도 했다. 항저우는 중국의 유명한 영화배우 탕웨이의 고향이기도 하다.
확실히 항저우는 모던하고 도회적인 느낌의 도시였다. 베이징보단 상하이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특히 시후 주변은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러 온 연인들이 굉장히 많았다. 첸탕 강에서 떠내려온 진흙과 모래를 차단하기 위해 인공으로 조성한 시후는 항저우의 랜드마크이며 2011년 6월 24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참고로 시후는 오(吳)나라를 망하게 한 경국지색 시스(西施)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15km의 둘레를 자랑하는 시후를 한바퀴 돌며 상쾌한 공기를 마시던 그 경험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쉽게도 알리바바 본사는 일반 관광지가 몰려있는 곳과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일정상 방문하진 못했다. 그런데 11월 10일 밤, 여행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TV를 켰는데 우연히도 광군제 전야제 방송을 하고 있어 챙겨 볼 수 있었다.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이 MC를 보고 제시 제이, 퍼렐 윌리엄스 등 유명 해외 가수들이 축하공연을 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축제였다. 방송 말미에는 마윈이 출연한 액션 영화가 소개되었고, 또 이후에 마윈은 직접 무대에 나와 광군제를 축하했다. 오히려 마윈이 니콜 키드먼이나 제시 제이보다 더 연예인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 기회에 마윈이 얼마나 중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윈은 단순히 성공한 기업인을 넘어 중국을 대표하는 자존심 그 자체였다. 이렇게 중국을 넘어 세계가 함께 축하하는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를 알리바바의 본사 항저우에서 직접 느끼고 또 소비자로서 구매도 하면서 참여할 수 있었던 경험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항저우는 중국 10대 명차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시후롱징차(西湖龍井茶)'의 재배지 롱징촌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롱징'은 맑은 산수가 고여 만들어진 '용의 우물'이란 뜻이다. 롱징차는 외국 정상이 방문하면 중국 정부가 대접하는 차로, 중국을 방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시진핑 주석이 내놓은 선물도 바로 시후롱징차였다.
둘째날 아침 친구와 함께 롱징촌을 찾아갔다. 롱징촌은 시후의 남서쪽 야트막한 산에 위치해 있다. 도착해보니 산등성이를 타고 푸른 차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총징촌 내에 있는 18그루의 차나무는 보호받으며 매년 황제에게만 진상했다고 한다. 많은 중국인 커플들이 아름다운 녹차밭과 산을 배경으로 웨딩 사진을 촬영하고 있기도 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녹차밭을 보니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참고로 호텔은 국제적인 호텔 체인 중 하나인 이비스 남송어가 지점, 중국어로는 宜必思酒店(杭州西湖南宋御街店)에서 묵었다. 하루 숙박비는 2인실 기준 인당 107.5위안이었다. 중국에서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현장결제를 했던 곳이기도 했다. 보통 호텔을 예약하게 되면 현장결제(인터넷으로 예약만 하고 결제는 호텔에 직접 가서 하는 것) 혹은 바로 인터넷 결제(바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를 하게 된다. 그런데 현장결제의 경우, 가끔 이중 부킹의 사례가 발생해 자신보다 나중에 예약했어도 먼저 돈을 지불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우선권이 가는 황당한 상황이 가끔 연출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항저우의 이비스 호텔에서는 별다른 문제 없이 현장 결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