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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 (안후이성) 여행 / 10월 3일~10월 6일, 3박 4일
국경절을 맞이하여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총 8일간의 긴 공휴일이 주어졌기 때문에 그 동안 친구와 함께 둘이서 자유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9월 중순부터 여행지를 물색해봤지만,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국경절을 맞아 민족대이동이 펼쳐지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유명한 여행지의 기차나 비행기표가 이미 매진이었다.
그래도 남아있는 몇 가지 선택지 중에서 고르던 중, 안후이성 출신인 중국인 버디에게 조언을 구했다. 버디는 안후이성(安徽)의 대표 여행지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산인 황산(黄山)에서 약 3일간, 그리고 근처에 위치한 안후이성의 성도인 허페이(合肥,합비)에서 약 이틀간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추천을 해주었다.
출처: China Highlights
중국인들은 황산을 가장 사랑하는 산이자 평생에 꼭 한번은 올라야 할 산으로 꼽는다. 황산은 장강, 만리장성과 더불어 한족의 뿌리이자 자존심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문명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전설적 인물 황제가 이 산에서 수행 후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1,864m의 광명정 등 해발 1,000m가 넘는 77개의 봉우리가 첩첩이 둘러싸여 있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 기이한 모양을 띠는 소나무인 기송,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는 구름바다인 운해가 압권이다. 1990년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오악을 보면 다른 산이 눈에 안 들어오고, 황산을 보면 오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황산 트레킹 코스는 크게 전산 코스와 후산 코스로 나뉘는데, 후산 코스가 전산 코스보다 체력소모가 적다는 점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후산 코스를 선택한다고 한다. 우리는 국경절 연휴 기간에 황산을 방문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교적 적게 선택할 전산 코스로 황산을 올라 후산 코스로 하산을 했다. 자광각에서 옥병루까지 케이블카로 이동을 했으며, 이후 광명정, 비래석, 사자봉 등을 감상한 뒤, 후산 도보 하산 코스로 내려왔다. 아쉽게도 날씨가 별로 좋지 못해 황산의 웅장한 자연을 온전히 느끼지는 못했지만, 비를 맞아가며 운해 속에서 잠깐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는 자연을 바라보는 경험은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출처: citiestips.com
팁을 주자면, 우선 등산을 하기 전에 근처 상점에서 ‘스틱’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 판매하는 다양한 스틱 중에서도 8위안짜리 가벼운 나무 스틱을 구매해 등산 내내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했다. 또한 황산 위에서는 물가가 2~3배 가량 비싸기 때문에, 웬만한 간식거리나 물 정도는 미리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올라갈 때, 컵라면, 레드불(红牛), 물, 초콜릿, 과자 등 군것질 거리를 챙겨갔는데 체력이 떨어질 때마다 큰 힘이 되어줬다. 단, 아쉬웠던 건 뜨거운 물을 따로 팔지 않아 산에서 컵라면을 먹지 못했던 점이다.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미리 텀블러에 챙겨온 뜨거운 물을 이용해 컵라면 등을 먹고 있었다. 식당가 안쪽 화장실 옆에서 뜨거운 물만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컵라면에 직접 붓는 건 안 된다고 해서 결국 먹지 못했다. 텀블러 정도는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날씨 운이 따라주지 못했던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
옷의 경우, 국경절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반팔 위에 얇은 맨투맨을 입고 남방을 걸치고 갔다. 위에선 우의를 비가 조금씩 계속 떨어져서 우의를 계속 입고 있었는데, 옷이 젖기 때문에 쉴 때에는 한기가 살짝 들었다. 약 7시간 정도 산에서 트레킹을 하고 도보하산을 할 때에는 가파른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하염없이 1시간 정도 내려와야 했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무릎에 무리가 갈 정도로 힘든 여정이었다. 만약 체력적으로 이미 많이 지쳐있다면, 90위안 정도를 지불한 뒤 케이블 카를 타고 하산하는 것을 추천한다.
황산의 입장권 및 케이블카 비용은 비싼 편이다. 다행히 인민대 학생증으로 학생할인을 받아 총 205위안에 구매할 수 있었다. 나중에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번 국경절 기간동안 황산으로 여행을 온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아 하루 5만 명으로 입장을 통제했다는 사실이다. 5만 명이라니, 그 규모에 또 한번 감탄하면서도, 다행히 그 안에 들어 무사히 황산에 입장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무채색 마을로 유명한 시디춘.
근교 마을 중 하나인 시디춘(西递村)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무채색 마을로 유명하다. 시디-황산 왕복 버스 비용으로 36위안, 시디 관광표의 경우 50% 학생할인을 받아 52위안에 시디춘을 볼 수 있었다. 시디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가장 한적해 보이는 펍에 들어갔는데 펍의 주인이 칭다오 출신의 굉장히 사교적인 동생이어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며 사진도 찍었던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참고로 황산에서의 숙박은 중국의 대표적 비즈니스 호텔 체인 중 하나인 한팅 호텔, 중국어로는 汉庭酒店(黄山屯溪老街店)(原学院店)에서 묵었다. 3박동안 인당 총 649.5위안이 들었다. 황산을 등반하고 온 그날 저녁에는 호텔에서 깨끗이 씻고 호텔 근처의 ‘한강’이라는 이름의 한식당에서 정말 오랜만에 삼겹살을 구워먹었는데, 그 맛은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심지어 사장님께서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아보시고는 김치찌개까지 서비스해주셨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끝없이 펼쳐진 가파른 계단으로 황산을 도보 하산하면서 무리가 왔던 내 무릎이 삼겹살을 먹고 깨끗이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