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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을, 중국으로 갔다. 베이징 인민대학교에서 한 학기간의 교환 라이프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곳곳에 보이는 중국어 간판과 중국인들의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는 내가 진짜 중국 본토 대륙에 왔구나, 라는 실감을 하게 했다. 첫날 저녁을 '샤부샤부(呷哺呷哺)'라는 훠궈집에서 먹었는데, 중국어로 빼곡히 적힌 메뉴판을 해석할 수 없어 주문하는 데에만 쩔쩔 맸다. 그러면서도 묘한 설렘이 생겼다. 내가 온전히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왔구나라는 생각에 중국어 공부를 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4개월을 중국에서 보냈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 어디를 가든 '생존'할 수 있겠다는 체감이 생겼다. 중국인들에게 중국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떻게든 전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양한 중국 어플을 중국어로 쓰면서 내가 필요한 물품을 사고, 원하는 곳을 가고, 배달음식도 쉽게 시켜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쉽게 수업은 영어로 들었지만, 그 밖의 중국 현지 생활은 오로지 중국어를 써야 했다. 식당을 가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호텔에서 체크인 체크아웃 등을 할 때 등 실용적인 중국어 사용은 자주 하다보니 늘고 또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올해 1월, 한국에 돌아왔다. 물론 중간에 몇 번 쉬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중국어 공부를 직간접적으로 계속 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의 과정을 중간 점검의 의미로서 스스로 한 번 평가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유일한 중국어 공인 자격증인 HSK, 그 중에서도 최고 급수인 6급을 따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태까지 5급도 학원에서 모의고사만 봐봤지 실제 시험장에서 쳐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HSK 관련 실전 경험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5급과 6급의 차이는 내가 크게 느꼈던 4급과 5급의 차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더 크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기 때문에 바로 5급을 넘어 6급부터 준비해도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차피 6급을 딸거라면 지금부터 바로 도전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HSK 6급으로 바로 도저어언!
그렇게 1월 1일 귀국을 해서, 바로 1월 2일에 학원을 끊었다. HSK 6급 고득점을 받은 친구의 추천을 받아 종로의 중국어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다. 매일매일 5시간 이상의 수업을 듣고, 서너시간 분량의 숙제를 했다. 매일 단어를 외우고, 시험을 봤다. 그렇게 하루동안 거의 중국어만 했는데도 HSK 6급의 벽은 높게만 느껴졌다. 느는 것 같으면서도, 모의고사를 봐보면 너무 어려웠다. 듣기 지문을 들어도 띄엄띄엄 문장이나 단어는 들리지만 전반적으로 다 들리진 않아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보기를 먼저 읽고 외우는 등의 다양한 스킬들을 배우며 그 실력의 격차를 채워나갔다. 물론 한 달간 매일매일 HSK 준비를 하면서 전반적인 중국어 실력도 상승했지만, HSK만을 위한 스킬을 공부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나는 iBT 특별 시험을 쳤다. 우선 HSK 시험은 인터넷 방식의 iBT와 지필 방식의 PBT로 나뉜다. iBT는 HSK 6급 쓰기 시험에서의 절대적인 강점을 발휘한다. 일일이 한자를 외워 쓸 필요 없이 한어병음만 입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듣기나 읽기 문제를 풀 때에는 따로 종이에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그어가며 집중할 수 없다는 단점은 있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쓰기에서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크기 때문에 나는 주저없이 iBT를 택했다. 시험도 정기적으로 매달 이루어지는 정기 시험과 iBT만 가능한 특별 시험으로 나뉘는데, 특별 시험의 경우 그간 기출되었떤 문제들을 활용해서 시험문제가 구성된다는 말을 들어 특별 시험에 응시했다. 또한 탕차이니즈에서 주관하는 HSK를 보면 쓰기 점수가 다른 데에 비해 보다 후하다는 정보를 듣고 탕차이니즈에서 시험 접수를 했다. 시험 고사장은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는데, 자신이 가장 편한 장소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접수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인기 있는 고사장은 금방 다 차기 때문에 시험을 볼 거라면 미리미리 신청하는 게 좋다.
한자는 역시, 쓰는 것보단 치는 게 좋다.
참고로, 한자를 일일이 써야만 제대로 중국어 공부를 한다고 생각이 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더 전략적으로 중국어 공부를 한다는 차원에서는 한자 쓰기에 들이는 공부 시간에 한자의 의미, 병음, 발음만 공부하고 남는 시간에 다른 단어들을 더 암기하는 게 좋다고 본다. 컴퓨터로 쓰기를 입력할 경우 한어병음만을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복잡하고 어려운 한자를 일일이 한 획 한 획 외울 필요가 줄어든다. 사실 이렇게 한자를 일일이 외우고 쓸 수 있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하지만 HSK 시험 준비를 끝내고, 앞으로 계속 중국어를 사용할 때에조차 실제로 한자를 손으로 써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굉장히 적다. 비즈니스 업무를 하거나 중국인 친구와의 소통을 할 때에도 보통 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중국어를 쓰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한자를 직접 입력하지 않고 키보드로 병음 입력기를 사용해 화면에 뜨는 여러 한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따라서 한자를 직접 외워서 쓸 줄 아는 것보다 한자를 여러 번 봐서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그렇게 한 달간 열심히 HSK 6급 대비를 했고, 운 좋게도 한 번에 합격을 했다. 시험 보기 1주일 전 모의고사를 볼 때까지만 해도 내가 붙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HSK 6급 시험 자체가 확신을 갖고 도전을 하기에는 난이도가 좀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점수가 상대평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의고사에서 점수가 조금 낮게 나오더라도 막상 실제 시험을 보고 성적을 확인해보면 훨씬 더 높은 성적이 나오기도 한단다. 따라서 열심히 준비를 했다면, 일단 스스로를 믿고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