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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키는 '어떻게' 달릴까


하루키도 처음에는 잘 달리지 못했다. 하지만 꽤 착실하게 달리기 시작해서 지금은 제법 진지한 자세로 달린다. 보통 하루에 10킬로를 달린다. 그렇게 매일 한 시간쯤 달리다보면 모든 걸 털어낸 듯한 상쾌함이 든다. 이제 달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습관 중 하나다. 달릴 때에는 대체로 심플한 리듬의 록 음악을 듣고, 달리면서는 거의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참고로, 관련 연구에 따르면 러닝을 하면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상하 운동이 마치 명상과도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조용히 규칙적으로 호흡을 하며, 내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릴 뿐이다. 그리고 나라고 하는 인간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해나간다.





2) 하루키의 '부상'에 대한 단상


우리가 꾸준히 운동을 함에 있어 가장 큰 적 중 하나는 '부상'이다. 하루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가 책 속에서 스스로 겪은 '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굉장히 위트있다.


나도 작년 1월에 책 <미라클 모닝>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아침 일찍 일어나 집 앞 한강변을 달린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니까 정말 책의 내용처럼 너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아침 러닝 생활도 3일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다름아닌 부상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3일째 아침 달리던 중, 갑자기 오른쪽 오금 쪽에 무리가 왔음을 느꼈고, 그 때 이후로 두달 이상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전전하며 고생을 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런 부상을 당한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었다. 우선 달린다는 사실에 너무 신난 나머지 달리기 전에 스트레칭을 거의 제대로 하지 않았다. 추운 겨울날 몸도 제대로 풀지 않고 몇 킬로를 달렸으니 하루키 말대로 오금 쪽의 근육이 참다 못해 불평을 터뜨린 것이다. 둘째로 처음부터 거리 욕심을 내서 달리기 초짜가 겁도 없이 5킬로를 35분 내로 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욕심이 앞서 한계를 넘어서는 목표를 세웠고, 결국 나는 2달간 쩔뚝 거리며 본전도 못 건지게 되었던 것이다.  



3) 하루키가 말하는 러너스 블루(Runner's Blue)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운동.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권태를 느낄 수 있다. 하루키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하루키는 이를 '러너스 불루(runner's blue)라 이름 붙였다. 



하루키는 러너스 블루, 즉 달리기에 대한 애정이 식는 슬럼프 시기를 맞았다. 결국 흥미를 트라이 애슬론, 스쿼트 등으로 옮겼고, 그렇게 한 동안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길게 지속되었던 '러너스 블루'를 지나 다시 활달한 기분으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어떠한 이유와 경위로서 '러너스 블루'가 몸에 배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와 경위로서 그것이 희미해지고 사라지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힘들다. 어쩌면 결국에는 그것이 아마 인생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이유도 모른 채 그러한 마음의 변화를 받아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