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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도 밝혔듯 이 책은 단순히 그의 일상을 적어놓은 에세이가 아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러너, 그리고 전업 작가로서의 하루키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쓴 일종의 ‘회고록’이다. 


이 책은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 마치 하루키가 불현듯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더불어 달리기를 시작했듯이, 나도 불현듯 새해 첫 하루키 책으로 이 책이 읽고 싶어졌고, 책을 다 읽은 지금, 새해 목표로 달리기를 시작하려 한다. 


소설 쓰기를 육체노동이라고 생각하는 하루키는 체력과 집중력, 지속력(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운동보다는 혼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달리기나 수영을 어려서부터 즐겼던 하루키에게 달리기, 즉 마라톤은 어쩌면 당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동이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달리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쓴 소설의 성향이 많이 달랐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달리기는 하루키와 떼려야 뗼 수 없는, 그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태도'로서 존재한다.


이 책은 달리기라는 행위를 축으로 한 일종의 ‘회고록’으로 읽어주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철학’이라고까지는 말하기 어렵다 해도, 어떤 종류의 경험칙과 같은 것은 얼마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것은 적어도 내가 나 자신신체를 실제로 움직임으로써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배우게 된 것이다. 누구나 공통적으로 잘 응용할 수 있는 범용성은 그다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무엇이 어떻든 간에, 그것이 나라는 인간인 것이다. -10쪽

이번 글에선 하루키가 왜 많은 운동 중에서 하필이면 달리기를 선택했는지, 달리기란 운동이 그에게 있어 왜 그렇게 중요한지, 그리고 왜 꾸준히 신체를 단련하고, 또 근육을 강화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1) 하루키가 여러 운동 중에서도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


하루키는 서른 셋의 나이에 어느 날 문득 달리고 싶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날은 인생의 분기점이 되어 지금까지 달리기를 이어오게 되었다. 이는 결국 달리는 것이 그의 성격에 잘 맞고, 달리면 즐거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군다나 하루에 한시간 가량 달리며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있어 너무나 귀중한 시간이었다. 



출처: Metro



2) 하루키가 매일 달리는 이유


그는 살찌기 쉬운 체질이라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만 했다. 게다가 전업 소설가로서의 길을 가기로 한 이상 체력 관리는 필수였다. 그래서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매일 어제의 나보다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뛰었고, 그렇게 매일 조금씩이나마 신체를 강화시키며 단련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내가 능력에 한계가 있는 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러한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연소시킨다.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확실한 목적 의식을 갖고 생동감 있게 살기 위해,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달리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련해나간다. 그게 바로 하루키가 달리는 것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다.  


달리지 않을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지만, 우리가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다는 하루키의 말에 지극히 공감하면서, 나 또한 앞으로 운동을 해 나감에 있어 시간이 없다거나 힘들다는 등의 쉬운 핑계거리를 대가며 미뤄선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3) 하루키가 꾸준히 신체를 단련하고 근육을 강화해나가는 이유


모든 인간은 한계와 경향성을 지닌 육체에 기반한 존재다. 이러한 인간의 육체는 정신과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며 '종합적 경향' 을 띤다. 따라서 신체를 단련하는 것은 곧 우리의 정신을 단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몸은 지극히 실무적인 시스템이다. 시간을 들여 지속적으로 고통을 주면 몸은 비로소 그 메시지를 이해한다. 즉, 우리의 근육은 주의깊게 단계적으로 부담을 늘려 나가면 그 훈련에 견딜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간다. 펑크가 나지는 않을 정도로, 그러나 흔들림 없는 긴장관계를 유지해두어야 한다. 무리하게 혹사를 하면 고장나 버리기 때문에 조심조심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운동량의 상한선을 조금씩 높여가야 한다. 하루키는 매일매일 달렸고, 달리면서 자신의 신체 구조가 나날이 변화를 겪고 있다는 감촉을 느꼈다. 그리고 나라고 하는 인간 속에 아직 그만한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흐뭇해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