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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독서

하루키를 좋아하세요...

매터오브 2018. 2. 24. 19:15

출처: Fuzzable


나는 하루키의 에세이보다 단편, 단편보다 장편을 더 좋아한다. 내가 읽은 책 또한 장편, 단편, 에세이 순이다. 하루키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스스로를 기본적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장편소설 작가'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장편소설이야말로 자신의 주된 전쟁터이고 자신의 작가로서의 특질, 본연의 맛 같은 것이 거기에 가장 명확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의 장편소설을 읽다보면 그만이 구축할 수 있는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환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는 서사와 살아숨쉴듯 생생한 캐릭터, 그리고 너무나도 술술 읽히는 그의 문장들. 


그의 소설은 계속 발전한다. 그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도 밝혔듯, 그는 끊임없이 '자기 혁신'에 몰두한다. 그의 작품이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할 것이고, 또한 성실한 하루키 씨는 반드시 몇 년 뒤에 새로운 장편소설로 우리를 찾아올 것을 알기에,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계속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글에선 하루키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최근에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연달아 읽으면서 '소설가' 하루키 이전의 '인간' 하루키에 대해 느껴볼 수 있었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삼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성실하고 묵묵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그만의 올곧은 아우라가 느껴진다. 


출처: The New York Times

하루키는 '파리 리뷰' 2014년 여름호에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6시간 글을 씁니다. 오후에는 10km를 뛰고 1500m를 수영한 뒤 책을 읽고 음악을 듣다가 밤 9시에 잠에 듭니다. 저는 이런 일상을 조금의 변화도 없이 매일 반복합니다. 반복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면과 같은 겁니다. 더 깊은 내면으로 저를 이끌어 줍니다. 하지만 이런 반복적인 생활을 오래 지속하려면 많은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긴 소설을 쓰는 것은 생존훈련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강인한 체력은 예술적인 감수성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이러한 삶을 30년 이상 지속해오고 있는 그의 삶엔 그만의 단정함이 배어나온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에 그를 더 응원하게 된다. 같은 인간으로서 하루키라는 인간에 대해 존경심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인생의 바이블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책이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바로 또 다시 읽었다. 그리고 감명깊게 읽은 구절들을 옮겨적어 나갔다. 다시 읽어보니 놓쳤던 부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 놀랐다. 내가 막연하게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내는 하루키의 문장들을 다시금 읽으며 감탄했다. 


앞으로 몇 번의 포스팅에 걸쳐 내가 특히 감명깊게 읽었던 문장들과, 읽으며 느꼈던 생각들을 적어보고자 한다.